2012/ ready to wear
4대 패션 도시 중 현실 감각이 가장 뛰어난 도시답게 뉴욕은 구매욕을 자극하는 룩에 매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뉴욕 컬렉션에선 극히 일부의 디자이너를 제외하고는 가장 쉽게 높은 매출을 일으키는 모피를 사용한 경우는 좀처럼 보기가 어려웠다. 대신 뉴욕의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질감의 가죽을 대안으로 삼았다. 아우터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소화된 가죽 아이템은 이번 시즌 뉴욕 컬렉션의 최대 화두였던 것. 한편 이번 시즌엔 비교적 신진 세력으로 분류된 디자이너들이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떼도 좋을 만큼 정체성이 뚜렷한 컬렉션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알렉산더 왕을 비롯해 데렉 램, 제이슨 우, 프라발 구룽, 3.1 필립림 등 젊은 피들이 선보인 컬렉션은 기존 토박이 디자이너들의 입지를 위협할 만큼 탄탄한 완성도로 호평받았다. 런던 패션위크에서는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새로운 것의 융햡을 시도하는 브랜드들의 조화가 두드러졌다. 프린트를 능숙하게 다루고 사랑하는 런던 디자이너들은 여름에 이어 밝고 화사한 꽃 프린트를 적극 활용해 밝고 화창한 겨울을 그려냈다. 또 볼륨감 넘치는 파카나 야구 점퍼처럼 스포티한 무드 역시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경기침체의 어두운 기운이 만연한 밀라노는 일제히 한 방향, 말하자면 모두가 좋아할 만한 트렌드, 화려하면서도 여성다운, 하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은 아름다움을 향했다. 사실 밀라노 컬렉션이 시작되기 전부터 패션계는 두 명의 디자이너에게 온 신경이 집중돼 있었다. 마지막 질 샌더 컬렉션을 준비 중인 라프 시몬스와 다가오는 5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기념비적인 패션 전시를 준비 중인 프라다. 결과만 요약하자면 둘다 최고였다. 질 샌더는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 모든 것을 충족시킨 드라마틱한 엔딩이었고 프라다는 옵티컬 프린트와 크리스털 스톤 장식 등 자신의 과거 아카이브에서 아이디어를 꺼내 독특한 비전과 예술성을 승화시킨 수준 높은 컬렉션이었다. 밀란 패션위크는 패션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환상, 대중적인 감성과 실용성, 그리고 업타운적인 고급 취향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 다른 어떤 도시보다 패션 피라미드의 최고점에 있는 파리 컬렉션은 지난 시즌 불거진 유로존의 위기와 굵직한 하우스의 크고 작은 사정들 때문에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역시 파리는 어디까지나 파리인 법. 이번 시즌 파리 컬렉션에서는 여성의 몸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새로운 볼륨과 프로포션에 대한 실험, 지난 시즌부터 지속되고 있는 오트 쿠틔르와 일상복의 결합, 그리고 매끄럽고 반짝이는 표면 장식 효과에 대한 탐구와 남성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여성성의 제안 등으로 요약됐다. 거대 자수정을 그랑 팔레에 설치한 샤넬의 칼 라거펠트, 아티스틱한 조명 인스톨레이션 속에서 로맨틱한 미래형 여전사를 창조해낸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 통 크게도 아예 기차 한 대를 런웨이에 올린 루이비통의 마크 제이콥스 등 패션 끝판왕들의 막판 스퍼트는 패션 피플들의 심박수를 가파르게 치솟게 만들었다.
haute-couture
오늘날, 브랜드들이 쿠튀르를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쿠튀르 시장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아르마니 프리베는 전년에 비해 50퍼센트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샤넬 오트 쿠튀르는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고, 지방시와 발렌티노의 쿠튀르 판매율도 크게 신장됐다. 이러한 경제적인 배경 탓에 오트 쿠튀르가 더욱 웨어러블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쿠튀르에 집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 명 한 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던 쿠튀르 본연의 정신을 되새기는 것, 나아가 시대의 조류에 편승하는 브랜드들의 발빠른 변화 속에서도 쿠튀르 하우스가 지닌 아이덴티티를 다시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심 속에 아틀리에 베르사체가 오트 쿠튀르로 귀환했고, 규모가 아닌 질적인 쿠튀르를 선보이자는 브랜드들의 정신도 컬렉션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래서 2012 S/S 시즌 파리 오트 쿠튀르는 캣워크 위에 펼쳐진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순간으로만 채워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한 땀 한 땀 준비했을, 그 보이지 않는 시간들에 대해 경외심을 갖게 만들었다.
men's collection
‘Go Back’. 파리와 밀라노에서 2주간에 걸쳐 진행된 2013 S/S 남성복 컬렉션은 자연으로, 동심으로, 브랜드의 초심으로 돌아갔다. 질 샌더와 닐 바렛 등의 비비드한 블루와 송지오, 요지 야마모토, 에르메스 등의 은은한 블루 컬러의 베리에이션은 다채로운 바다 빛을 연상시켰고, 루이 비통, 랑방 등 카키, 뉴트럴 톤의 어스 컬러 역시 눈에 띄었다. 컬렉션 전반에 발목 위를 웃도는 바지 길이와 한층 짧아진 쇼츠, 밝고 경쾌한 컬러와 패턴 등은 남자보다는 동화 속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몸매를 드러내는 스윔수트의 비중이 줄어들고 밀리터리와 사파리 콘셉트의 캐주얼한 캠핑 룩으로 지금 맨즈 컬랙션은 소년적인 감성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반면 소재는 한층 고급스러워져 부드러운 색감에 빛이 반사되는 오간자와 실크, 경량 나일론 등으로 볼륨감을 더하고 있으며, 스웨이드, 울, 가죽 등 시즌 리스 소재는 여성복에 이어 남성복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니, 트렌드를 쫓는 이들에게 이번 시즌은 더욱 인내심을 요할 전망이다.
seoul collection
여러가지 말, 말, 말이 많았던 2012 F/W 서울패션위크가 4월 2일부터 일주일간 올림픽공원 내 평화의 광장에서 진행된다. 쇼 운영과 관련된 조직적인 문제로 진통을 앓았던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디자이너 이상봉을 필두로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자율적인 참여와 결정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컨텐츠에 충실한 패션 축제로 만들고자 했다는 점의 의미가 깊다. 신진디자이너부터 정상급디자이너가 총출동한 2012 F/W 서울패션위크에는 총 36명이 참여해 화려한 컬렉션 무대를 선보인다. 장광효, 최범석, 홍승완 등의 남성복 무대가 11회, 손정완, 지춘의, 송자인 등의 여성복 무대가 25회로 구성될 예정. 또한 글로벌한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중견 디자이너 그룹 ‘패션 테이크 오프’가 3회째 진행되는데, 올해는 총 19명이 참석해 비즈니스 집중형 전문 바잉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 외에도 차세대 신진 디자이너들 12명이 참석한 ‘제너레이션 넥스트’가 열리며 쇼의 피날레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파이널리스트들의 무대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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