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볼 것인가
미술관을 관람하는 데 있어 좋고 나쁜 방법이란 없다. 미술관 문을 들어설 때 가장 중요한 규칙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나를 흥미롭게 하는지, 또 무엇이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지 찾아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큐레이터들은 대부분 일정한 순서에 따라 예술작품을 배열해 놓는다. 대게 미술사적인 연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때로는 유파별, 지역별로 묶기도 한다. 대형 미술관에서는 큐레이터들 각자가 시대 또는 부문별로 각각의 전시실- 원시,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세, 르네상스, 기타 등등- 을 담당한다. 그러나 관람객은 이러한 배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전시는 극적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얽매이지는 말라.
대부분의 미술관에서는 작품들을 배치하고 전시하는 방법에 대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전시 방법이 관람객의 감상에 상당히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비좁은 전시 공간에서 하나의 대상을 골라낼 수 있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발견할 수 있는 기술. 이를 위해 각각의 대상을 집중해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헨리무어는 젊었을 때 그 박물관을 규칙적으로 찾았고 자신의 안목으로 걸작들을 발견해 냈다고 한다. 자신의 안목에 의해 명작을 발견하였을 때는 또 다른 특별한 감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많은 미술관들이 회화를 전시의 우선순위에 놓고 있기 때문에 조각을 주의 깊게 감상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많다.
걸작 감상에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해 구애받지 말도록
감상의 깊이는 시간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한 작품을 볼 때 불과 5초 만에 그 아름다움에 사로잡힐 수도 있고, 처음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작품도 세부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꽤 오랜 시간을 보낼 수 도 있다.
오래 머물 수 있는 방법은 그림 또는 조각의 다양한 부분들을 찬찬히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라고 한다. 예술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들을 조합하고 그 자신이 미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작품에 푹 젖어드는 것이다. 그림을 더 깊이 있게 즐기기 위한 한 방법으로 부분별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과학자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냈다.
1. 6개월 동안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 문화적 식견을 넓혔고
2. 각각의 작품이 지닌 풍부한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시간을 보냈다.
3. 하나의 그림 앞에 앉아서 그 작품을 완벽하게 파악할 때까지 부분부분을 철저하게 살펴 보았다.
4. 그리고 난 후 눈을 감고 그의 마음 속에서 다시 재구생 해보곤 하였는데, 대게의 경우 몇몇 부분은 기억할 수 없어서 다시 눈을 뜨고 그 부분을 더욱 주의 깊게 관찰 하였다고 한다.
5. 그 작품을 소화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그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이 독특한 방법의 장점은 관람자가 작품을 좀더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감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억하는 것 그자체가 아니라, 예술가가 창조한 것에 대한 내면으로부터의 깊이 있는 반응이다.
작품의 세부- 대가다운 연출, 색의 독특한 배합, 형태의 놀라운 상호작용, 인간 체험의 형상화,분위기의 천재적인 창출, 뛰어난 구상 표현등 꼭 꼬집어낼 수는 없지만 아주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들-을 관찰하고 거기서 감동을 받게 된다면, 그 다음에는 단지 관찰하는 것이아니라 감상하는 것이다. 한 작품에 몇 초 이상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은 그것이 어느 것이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준다. 인생에 있어서 예술을 대단히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경험이다.
다양한 양식과 시대를 즐길 수 있다.
고전주의, 신고전주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미래주의, 추상표현주의,미니멀리즘, 극사실주의, 개념주의를 좋아한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미술,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미술, 그리스 로마 미술,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미술 또한 좋아한다. 대형 박물관의 장점은 바로 전시된 모든 작품을 누구나 보고 그 모든 것에서 감동받을 수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인상적인 작품들을 찾아내고 그 앞에 머물수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모든 종류의 작품들을 관찰함으로써 미의 지평을 확대시킬 수 있다. 좋아하는것들을 좋아하지않는 것들을 아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출처-책 : 알기쉬운 미술관 관람의 길잡이
- 저자
- E. H. 곰브리치 지음
- 출판사
- 예경 | 2003-07-10 출간
- 카테고리
- 예술/대중문화
- 책소개
- 이제 막 미술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참자에게 세부적인 것...
대영박물관 이집트실을 보고 생각해 볼것
이집트 실의 나머지 유물들은 어떠한가? 기념비적인 인간상이 얼마나 거대한지, 동물 형상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수 천 년 전의 작품들이 어쩌면 그토록 사실적인지에 놀라고 감탄하며, 그 전시작품을 하나하나 보면서 지나갈 것인가? 모든 작품들을 찬찬히 다 살펴보아야 할까? 주요 전시실을 지나 몇몇 중요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방을 둘러보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할까? 작품들을 찬찬히 다 살펴보아야 할까? 작품들을 볼 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그 작품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역사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을 가까이서 본다는 것이 정말로 보는 이에게 고대문명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