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국 맛집

먹을것/기사 | 2012. 12. 3. 20:17
Posted by 그리고 가을

[레몬트리]

서울에서 태국을 만나다

가을이 오면 말도 살이 찔 정도로 밥맛이 난다는데, 올겨울을 넘길 신간 준비에 지쳤는지 도통 밥 생각이 없던 차에 『방콕 느낌』의 최보원 저자와 연락이 닿았다. 자신의 멀티 패션 브랜드 쇼룸 이전 등으로 나보다 바쁜 그녀는 논현동의 오아시스 '미스 사이공'에서 맥주나 한잔 하자고 했다.

최보원 작가가 알려준 서울 속 태국 맛집

태국 레스토랑을 고르는 방법은 타이 셀렉트(Thai Select) 마크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 진출한 태국 레스토랑 중 정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충족되는 식당에 한해 태국 정부가 인증해주는 일종의 '정부 인증 미슐랭 마크'인 셈.

전 세계에 약 1천2백 개의 태국 레스토랑이 이 마크를 받았으며 우리나라에는 이태원의 타이 오키드와 잠실의 살라타이, 안국동에 위치한 애프터더레인 등 6곳이 있다. 이들은 태국 전통 분위기를 살린 조금 클래식한 곳이고, 아래 소개하는 곳은 최보원 작가의 감각으로 고른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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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사이공

베트남 스타일의 동남아 요리를 내는 곳. 조미료를 넣지 않은 쌀국수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이곳은 월남쌈이 매우 맛있다. 다른 곳의 두 배는 족히 되는 푸짐한 재료가 서빙되어 나오는데, 심지어 왕새우와 그릴에 구운 고기도 있다.

테이블이 10개 남짓 놓인 실내는 그닥 넓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마치 동남아 어느 나라에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밥만 먹기는 섭섭하고, 요리 한 접시에 맥주 한잔 곁들이면 딱 좋다.

가격

월남쌈 돼지고기 1만9천원, 월남쌈 소고기 2만4천원, 베트남 스타일 스테이크 1만8천원, 탕수갈비 1만7천원. 소갈비 쌀국수(M 사이즈) 1만1천원.위치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73-15문의02·514-8789
서울에서 태국을 만나다
가을이 오면 말도 살이 찔 정도로 밥맛이 난다는데, 올겨울을 넘길 신간 준비에 지쳤는지 도통 밥 생각이 없던 차에 『방콕 느낌』의 최보원 저자와 연락이 닿았다. 자신의 멀티 패션 브랜드 쇼룸 이전 등으로 나보다 바쁜 그녀는 논현동의 오아시스 ‘미스 사이공’에서 맥주나 한잔 하자고 했다.


최보원 작가가 알려준 서울 속 태국 맛집
태국 레스토랑을 고르는 방법은 타이 셀렉트(Thai Select) 마크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 진출한 태국 레스토랑 중 정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충족되는 식당에 한해 태국 정부가 인증해주는 일종의 ‘정부 인증 미슐랭 마크’인 셈.

전 세계에 약 1천2백 개의 태국 레스토랑이 이 마크를 받았으며 우리나라에는 이태원의 타이 오키드와 잠실의 살라타이, 안국동에 위치한 애프터더레인 등 6곳이 있다. 이들은 태국 전통 분위기를 살린 조금 클래식한 곳이고, 아래 소개하는 곳은 최보원 작가의 감각으로 고른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타이 엘리펀트
입맛 까다로운 홍대 피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곳. 홍대 앞에는 태국 레스토랑이 꽤 여럿 있지만, 모든 곳을 제치고 롱런하는 중이다. 태국의 분위기가 제대로 느껴지며, 특히 다양한 맥주 리스트를 갖추고 있는 것이 매력.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톰얌쿵인데, 그 밖에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이나 태국 커리, 매콤한 돼지고기 볶음 덮밥인 팟팍무쌈, 얼큰한 국물의 쌀국수 맛도 제법 괜찮다.

가격 팟팍무쌈 9천원, 톰얌쿵 1만5천원, 레드 커리&그린 커리 1만1천원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2-4, 2층 문의 070-4404-9360



임우석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에서 여행, 레스토랑, 맛집 등의 칼럼을 담당했고, 지금은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재은 외 여러 작가와 함께 감성 넘치는 이야기와 과거를 향한 향수를 모티프로 문화, 예술, 여행 등의 분야에 관한 책을 만들고 있다. 한지혜의 『마이페어레이디』, 『교토 데쿠데쿠 산뽀』, 『송혜교 화보집 MOMENT』 등을 펴냈으며, 지난달부터 ‘낭만 북스’의 소속 작가들과 있었던 특별한 에피소드와 함께 사람과 여러 가지 맛이 어우러진 현장을 전하고 있다.

 

우리밀과 수입밀의 비교, 무엇이 다른가?

먹을것/기사 | 2012. 10. 21. 02:50
Posted by 그리고 가을
우리밀과 수입밀의 비교, 무엇이 다른가?
2009/04/26 12:37
 
    지금까지 우리밀과 수입밀과 차이는 안전성 측면의 강조를 중심으로 논의 되었다. 그 중의 대표적인 논의가 우리밀은 추파 동계작물인데 비해 수입밀은 춘파밀, 이는 우리밀은 농약살포가 무의미한데, 수입밀은 농약살포가 많다는 이야기로 이어졌고, 그래서 우리밀이 안전하다는 논법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렇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이며, 밀의 구체적 이해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단적으로 수입밀에는 봄밀과 겨울밀이 모두 존재하며, 오히려 겨울밀의 비중이 오히려 더 크다. 통상의 이해에서 국수용은 겨울밀(미국ㆍ호주가 중심), 빵용은 봄밀(미국ㆍ캐나다가 중심등)이 주로 도입된다. 재배시기에 따른 수입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수입밀 역시 겨울밀이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수입밀의 안전성은 봄밀, 겨울밀의 시비보다 재배형태, 이동거리 등이 더 큰 규정력을 가짐을 알 필요가 있다.


    - 겨울밀 (추파밀)

    ㆍ 미 텍사스, 올클라오마, 캔서스, 네브라스카, 콜로라도 등에서 주로 재배, 적맥으로 국수용으로 수입

    ㆍ 호주 전역에서 재배되는 국수용 밀

    - 봄밀 (춘파밀)

    ㆍ 캐나다 마니토바 주의 밀, 적색춘소맥, 빵용밀로 세계 최고의 평가

    ㆍ 미국 몬테나, 북다코다, 남다코다, 미네소타 중, 강적맥으로 빵용으로 수입


    안전성에 기초한 우리밀과 수입밀의 이해는 재배형태, 규모, 농사방법, 유통형태 등을 복합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국내에 이와 관련한 정보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는바, 향후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견지에서 우리밀과 수입밀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우리밀

    수입밀

    재배

    형태

    -복합경영의 2모작, 쌀 등 여름작물 후작

    -소농중심의 복합영농

    -단작의 1모작

    -기업농 중심의 조방적 경영

    농사

    규모

    -소규모 재배

    ㆍ국내 농가평균 경지 1.4ha임을 참조

    -대규모(국가별 농가당 경지면적 비교)

    ㆍ 미국 60haㆍ 호주 114haㆍ 캐나다 120ha

    이동

    거리

    - 국내 생산, 국내 소비

    ㆍ경남, 전남, 전북 등이 주산지

    ㆍ참고, 서울-부산 416km

    -항해를 통한 대륙 간 이동

    ㆍ미국 9,112km 이상

    ㆍ캐나다 8,297km 이상

    ㆍ호주 6,024km 이상

    이동

    경로

    -국내 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이동

    ㆍ산지→산지 저장창고→제분공장

      →개별매장(판매장)

    -수입국 산지에서 해양운송을 거쳐 장기간에 걸쳐 옴 (해양운송만 15~40일)

    ㆍ수입국 산지→산지 저장창고→선박ㆍ철도 등을 이용한 수출항으로 이동 → 수출항 엘리베이터(곡물창고)에 저장 → 선박이용 해양운송→항구→제분공장→수요처(가공)→개별매장(판매장)

    경제

    환산

    -외화지출 : 0원

    -농가 조수입 : 2조8,446억 원(100% 자급, 수매가 3,5000/40kg 전제)

    -856백만$의 외화 지출

    -농가조수입 : 0원  

    품종

    특성

    -소규모, 복합경영으로 품종 전문화가 다소 부진함.

    ㆍ금강밀(면용), 조경밀(빵용)이 중심이나 소규모 생산으로 다용도 사용이 일반적

    -대규모 기업경영으로 용도별 품종 전문화가 크게 진전됨.

    ㆍ용도별 특성 면에서 상대적 우위


    위의 비교는 수입밀의 안전성, 환경위해성 등을 이해하는데 기초 자료가 된다.

    기업농 중심의 대규모 조방적 단작화 재배는 수입밀이 안전성과 환경문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농약살포가 항공방제로 실시되어, 밀 자체의 안전성은 물론, 주변 환경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된다. 수입밀의 농약살포 시비는 봄밀ㆍ겨울밀 시비가 아니라 대규모 조방적 단작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근 캔서스 주 밀생산자협회는 설문조사는 밀생산농가의 76%가 유전자조작밀 재배 도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 농가들은 다른 작물은 유전자조작을 허용하고 있는데, 밀은 허용하지 않아 불리하다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이해에서 밀을 포기하고, 옥수수 등으로 옮겨가겠다는 의향까지 제기하고 있다.

     

    1만km에 이르는 수입밀 이동거리는 포스트하비스트(Post-harvest)의 일상화와 함께 안전성에 치명적 영향을 안기고 있다. 물론 지구적 규모 환경에도 큰 위협을 안기고 있다.

    다만 용도별 특성 고려에서 수입밀은 우리밀보다 우위에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생육기간이 서늘하고 습해야 하는 밀의 특성에 국내 기후가 상대적으로 불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밀의 품종은 제분ㆍ가공기술에서 일정 보완이 가능하며, 이 같은 움직임에서 우리밀의 품질 약점이 상당히 보완될 수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내 소비확대를 통한 생산의 확대는 그 만큼 진전된 풍종개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글루텐이 본래적 존재하지 않는 쌀가루에 효소를 첨가하여 빵을 만들고 있다는 것에서 큰 참고를 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보다 많은 관심과 연구를 통해 함께 논리를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너무나 미미한 수확 후 저장, 가공인프라의 확충도 우리밀 품질개선에 큰 진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 모두 국내 우리밀의 소비확대가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다.  저장고의 신축 과정에 있지만, 아직 많은 아래 사진과 같이 길에서 건조되고 있다. 우리밀 품질개선을 위한 개선이 요구된다.  

     

      http://happylog.naver.com/nanum001/post/PostView.nhn?bbsSeq=34175&artclNo=123460037439

       

      미식의 이해

      먹을것/기사 | 2012. 10. 21. 02:48
      Posted by 그리고 가을
      바다 건너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평양냉면을 먹으러 갔다. 불고기를 주문하니 딸려 나온 상추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손님과 마주보고 앉아서는 주거니 받거니, 상추 잎에 맺힌 물기를 바닥에 대고 열심히 털어가며 먹어야만 했다. 유명세는 차치하고서라도 가격(고기 150g 1인분에 28,000원, 냉면 한 그릇에 11,000원)만으로 그 음식점은 ‘파인 다이닝’의 기회를 손님에게 제공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고기의 맛을 희석시킬 상추의 물기는 당연히 미리 털어 내야만 했다. 이다지도 사소한 사항을 이 정도로 고급인 음식점에서도 신경 쓰지 않는다. 

      바로 우리 음식이라서 그런지 한식을 통해  문자 그대로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미식을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격으로 따져본다면 충분히 파인 다이닝의 범주에 들어갈 음식점에서도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뿌리 깊은 ‘비용=음식’, 혹은 보다 더 극단적으로 ‘비용=재료’라는 인식이다. ‘커피 한 잔 단가 00원’과 같이 철저하게 무지에 기초한 기사가 심심할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인식이 모든 소비 만족도 평가의 기준으로 자리 잡은 “가성비”와 맞물리면 음식은 '위장을 채우는 수단'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한다. 다 필요 없고 비싼 재료로 배를 불리면 그만이다.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마블링의 ‘투뿔등심’이 외식거리의 왕좌를 굳건히 고수하는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서비스의 부재다. 프렌치 런드리를 거쳐 ‘베뉴’를 연 한국계 셰프 코리 리도 최근 필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식의 서비스에 대해 지적했다. 서비스의 부재는 물론 첫 번째 이유와 인과 관계에 있다. 입에 넣는 것에만 비용이 몰리다 보니 인테리어를 비롯한 분위기며, 서비스 등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노력이라 봐야 유니폼을 갖춰 입는 정도에서 그칠 뿐, 서비스 교육의 흔적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음식점에서의 경험은 채운 접시에서 시작해 빈 접시에서 끝나고, 그 앞뒤의 영역으로 확장하지 못한다. 

      굳이 한식의 문제를 이렇게 상세히 짚는 이유는, 이러한 원인이 파인 다이닝 양식에도 그대로 이식되어 미식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켈러 등 미식의 최전선에 자리하고 있는 셰프를 인터뷰하다보면 ‘손님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을 좋은 셰프의 제 1조건으로 꼽는다. 이는 요리가 업인 사람들이니 당연히 음식이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음식과 다른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총체적인 경험으로써 얻는 행복이 곧 미식이라는 의미다. 양식은 우리 문화가 아니니만큼 비롯한 문화의 맥락에 맞춰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지독한 핑계인 ‘우리 입맛에 맞춘다’는 말처럼, 너무나도 충실하게 우리 외식 경험의 잣대로만 받아들여 또 그대로 적용하다보니 가장 기본적인 요소조차 갖추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행복 추구와는 거리가 멀다. 

      얼마 전, 이름부터 철저하게 프렌치를 표방하는 레스토랑에서 풀코스로 점심을 먹었다. 거의 마지막에서 손바닥만한 가자미가 나왔는데, 서버가 직접 뼈를 발라먹으라며 나이프를 건네주었다. 등뼈는 그렇다 쳐도 자잘한 가시는 생선살을 씹는 와중에 하나하나 뱉어내야만 했다. 양식, 그것도 프렌치라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살만 깨끗하게 발라내거나, 그도 아니라면 서버가 손님 테이블 옆에서 살만 발라 접시에 놓아줘야만 한다. 

      서비스에서는 한마디로 프로정신의 부재가 두드러진다.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시고요.’”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 거기에 서버의 귀걸이며 진한 향수 또는 스킨 냄새가 한 몫 단단히 거든다. 간 쓸개 다 빼놓고 굽실거리거나, 유명인사 보좌하는 보안요원처럼 까만 정장에 귀에는 ‘레시바’를 꽂는 방식으로는 서비스의 프로가 될 수 없다. 어느 미슐랭 별 세 개의 레스토랑에서는 발레까지 가르쳐 심어준다는, 교육을 통한 몸가짐(demeanor)이 서비스의 알파며 오메가다.  

      레스토랑의 문제를 먼저 언급했지만 손님에게 책임이 덜하다는 제스처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손님에게 더 책임이 크다. ‘미식=총체적인 경험’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약 전화를 걸고 기대를 품는 것을 시작으로, 집에 돌아와 음식과 서비스의 여운까지 복기하며 즐기는, 경험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그래서 늘 겪는 한식의 잣대를 양식에 그대로 들이대고는 불만을 토로한다. 트위터에서도 화제가 된 ‘비빔국수 대 파스타’의, 몰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결구도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제는 그렇게 국한할 수도 없지만, 파인 다이닝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파스타가 비빔국수보다 더 비싼 원인은 문화사대주의가 아니다. 손님이 오기 전 물까지 뿌려 가며 깔아놓은 식탁보며 식기, 인테리어, 서비스까지,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 헤아리기 어려운 부문의 비용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객을 전도시켜가며 음식보다 분위기에 치중하는 레스토랑도 많아 문제지만, 어쨌든 원칙이 그렇다는 의미다. 

      예약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것 또한 손님의 책임이다. 외국처럼 대행 사이트를 통해 신용카드를 걸어 놓는 등, 책임감 있는 이행을 독려하는 장치가 없다 보니 예약을 너무 우습게 안다. 약속이되 안 지켜도 책임을 묻지 않으니, 예약은 열심히 하되 취소할 상황에는 그만큼 열심히 알려주지 않는다. 한술 더 떠 크리스마스와 같은 ‘대목’이면 내키는 대로 여러 군데에 전화를 돌려놓고는, 성탄의 기적으로도 분신술을 쓸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는 아무런 통보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드레스코드? 주말 저녁 레스토랑에 반바지를 입고 찾아오는 남자 손님을 보았다는 이야기 정도면 충분하겠다. 

      결국은 모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벌어진다. 음식이 문화재는 아니건만, 기회 닿을 때마다 ‘아는 만큼 먹을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문화‘재’까지는 못되더라도, 의식주 삼위일체의 한 요소로서 음식이 문화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인 것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몸을 가리기 위해, 비를 긋기 위해 옷이나 공간을 필요로 하는 시대는 벌써 오래 전에 지났건만, 아직도 음식만큼은 ‘질보다 양’의 굴레에 매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술 더 떠 미식의 추구 자체를 죄악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현실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식의 이해를 넓혀보기 위한 지면을 준비했다. 총체적인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행복을 이루는 과정이 미식이라면, 그 경험을 이루는 요소를 큰 줄기에서 다소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두루 짚어보자는 취지다. 예를 들자면 프렌치와 이탈리안은 어떻게 그리고 왜 구분하는지,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다면 ‘비스트로’는 뭐고 ‘트라토리아’는 또 어떻게 분류하는지, 레스토랑에서 코스는 왜 시켜야 하며 그 끝에서 방점을 찍는 디저트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고 먹으면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살펴보려 한다. 이왕 귀한 지면을 빌려 살펴보는 것, 격식 좀 갖추자는 의미에서 테이블 매너며 드레스 코드 등등 또한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그 명분이 거창하고 고상하게 ‘넓힌 소양을 바탕으로 한 삶의 질 추구’든 아니면 지극히 속물스럽게 ‘아까운 돈 잘 쓰기’든 전혀 상관없다. 행복할 수만 있다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먹는데도 굳이 배워야 하느냐’고 묻는다. ‘손님은 왕’이니 돈이 왕의 자격을 자동적으로 갖춰준다고 생각한다. 왕이 왕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권력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소양도 갖춰야 한다. 역사만 잠깐 들여다보아도 알 수 있다. 폭군의 말로는 예외 없이 비참했다. 남자들이 ‘가성비’와 ‘입맛은 주관’이라는, 양대 무지의 소산으로 중무장한 폭군의 길로 접어들지 않도록 열심히 먹고 또 써 볼까 한다. 

      월간 <젠틀맨> 9월호
       

      미국의 음식은 어쩌다 맛이 갔나?

      먹을것/기사 | 2012. 10. 15. 07:30
      Posted by 그리고 가을

      최근에 Tyler Cowen 이라는 사람이 쓴 An Economist Gets Lunch 라는 책을 읽고 있다. 미국의 음식문화와 산업 등에 대해서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쓴 글이다. 그런데 경제학자 관점 치고는 분석적이지는 않고, 비교적 자신의 체험이나 자기 자신만의 관점을 유지하면서 쓰고 있다. 분석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논리적이라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

      Source: amazon.com

      이 책의 초반에 나오는 챕터가 How American Food Got Bad – 의역하자면 ‘미국의 음식은 어쩌다 맛탱이가 갔나?‘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미국의 음식이 이렇게 황폐화 된 이유로 다음의 세가지를 들고 있다.

      1. 금주법

      1920년대에 시행된 미국의 금주법이 미국의 음식문화가 이모냥 이꼴이 난 원인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금주법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미국의 금주법은 1920년대에 시행된 ‘술을 못파는’ 법이다. 단순히 판매 뿐 아니라, 제조/운반/유통을 모두 금지했기 때문에 미국의 1920년대는 주당들에게는 한마디로 암흑기였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술을 못마시게 하다보니 사람들은 밀주/밀매를 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미국의 갱(gang)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 시기가 바로 미국 갱들의 전성기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도 우리가 익숙한 대부분의 미국 마피아 영화들은 이러한 금주법이 시행된 1920년대를 배경으로한 것들이 많지 않나 생각된다.

      중요한 점은 금주법이 시행됨에 따라서 타격을 입은 것은 레스토랑들이었다는 것. 그 이전까지 매우 좋은 음식을 싼 가격에 팔면서 음식에 투자하는 만큼의 손해를 술 매상으로 보전하고 있던 많은 레스토랑들이 이시기에 문을 닫게 되었다. 게다가 이민으로 이루어진 미국 사회에서 프랑스나 독일계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을 터인데, 그들에게 있어서 식탁위의 와인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밥상의 국과도 같은 존재이었으니, 당연히 이 시기에 많은 유럽계 이민족들이 만든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미국의 갱들도 밀주/밀매에 편하도록 양이 적고 도수가 높은 보드카나 위스키 위주로 밀주/밀매를 전개하였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때 가장 중요한 술이었던 와인은 심지어 밀주/밀매라는 불법의 혜택(?)도 못받게 되었다. 금주법이 해지된 이후에도 한참동안 미국내 와인산업이 불황을 겪었다고 한다.

      아무튼 금주령은 1930년대에 해지되었지만, 그 후로도 대공황, 2차세계대전, 한국전쟁 등과 같은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했던 미국에서, 다시 한번 맛있는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서 좋은 와인을 곁들여 먹는 것은 1960년대를 지나면서 캘리포니아, 뉴욕 등지에 새로운 음식 문화의 바람이 불면서였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내용에 대해서는 최근에 Freakonomics Podcast에 ‘You eat what you are‘ 라는 제목의 episode가 올라와 있다. Freakonomics는 한국에서는 괴짜 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서 출간되었던 것으로 아는데, 시카고 대학 경제학 교수인 Steven Levitt 이라는 사람이 Steve Dubner 라는 사람과 함께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며, 현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podcast로도 방송하고 있다. 내가 가장 즐겨듣는 podcast 이며, 행동경제학의 내용을 주로 다룬다. 꼭 한번 들어보실 것을 강권함!

      2. 이민 제한 정책과 미국내 유통의 발달

      미국은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이다. 그런데 1920-30년대를 지나고 대공황, 2차대전 등을 겪으면서 미국의 이민정책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변했다. 중국, 베트남, 타이, 인도 등 지금의 미국의 레스토랑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아시안의 음식들은 대부분이 70년대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이민정책이 좀 더 완화되었더라면 1930년대부터 아시아의 영향을 받은 음식들이 좀 더 많이 들어왔으리라.

      그렇게 초기 이민자들의 음식만으로 이 큰 나라가 굴러가면서 새롭게 생겨난 것이 바로 운송수단의 발달이었고, 전자레인지였다. 믹국인들은 새롭게 외부에서 들어오는 음식을 차단하는 대신에, 태평양 연안에서 대서양 연안까지 물류를 자유자재로 실어나를 수 있는 컨테이너 운반 차량이나 기차 등을 발달시켰다. 그리고 그 덕분에 미국 어디에서나 꽁꽁 얼린 식자재를 하루-이틀이면 받아서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전자레인지의 가격하락으로 인한 보급으로 60년대의 미국에서는 냉동식품 붐이 엄청나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냉동식품이라는 것이 몸에 좋은 음식이 아니라는 것은 초딩들도 알건만, 당시의 미국인들의 인식에는 냉동식품이 간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신이 내린 보물로 여겨진 모양이다. 한때는 많은 미국의 지역 레스토랑에서 전자레인지가 테이블마다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이 냉동식품을 그 레스토랑에서 사서 바로 테이블로 가져가 데워먹을 수 있는 곳이 성행했다고 한다. (9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편의방이라는 것이 생각이 났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 챕터에서 저자는 자기 동네에 있는 평양순대집을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washington DC 쪽인것 같은데, 실제로 북한 출신 탈북자가 하는 순대집이 있는데, 너무 맛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집 주인 아줌마가 없었다면 자기의 식생활이 훨씬 불행했을 거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3. 아이들 중심의 가정 문화와 TV

      미국 음식이 결정적으로 맛이 가게 된 이유로 저자는 아이들 중심의 문화를 꼽는다.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사람들처럼 아이들을 가족의 중심에 두고, 아이들 위주로 사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나도 아직 지금의 대한민국을 못봐서 이런 말을 하는거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60년대 – 70년대 베이비붐 세대를 겪으면서 많은 아이들을 둔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먹기 간편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엄마들이 쇼핑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전자레인지 보급과 냉동식품의 성장이 한몫을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무래도 Junk Food 가 많다.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포착한 업체의 대표적 사례로 저자는 맥도날드를 꼽고 있다. Kids 메뉴도 따로 만들고, 아이들을 공략한 TV 광고도 수십억을 들여서 계속 내보내다보니 아이들은 당연히 맥도날드를 가자고 부모들을 졸라댄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이렇게 자꾸 맥도날드에 자주 가다보니 부모들도 자꾸 거기서 먹게 되고, 나이가 먹고 성인이 된 아이들 역시 계속 맥도날드에 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20세기 미국의 최고의 마케팅 사례로 뽑힐만 하다. 마찬가지 사례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캔디, 초콜렛 등을 서슴없이 주는 미국의 문화, 그렇게 먹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탄산음료와 캔디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의 음식문화는?

      An Economist Gets Lunch라는 책은 미국의 음식문화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과 대안제시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보면서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의 음식문화가 맛이 간 이유를 거꾸로 뒤집어 보면 우리나라의 음식을 잘 보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첫번째는 맛있는 술과 함께 먹는 것이다. 한마디로 술 문화가 제대로 되어야 음식 문화도 제대로 될 수 있다는 것. 원래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반주’문화가 있어서 음식을 먹으면서 한두잔 가볍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술문화가 엉뚱한 방향으로만 자꾸 발전하고, ‘반주’ 또한 대부분 맥주나 소주로 이뤄져 있어서 나는 좀 불만이 많다. 좀 더 식감을 돋우는 맛스러운 술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와인도 물론 좋은 술이지만, 전통주 중에서도 좋은 술들이 많아서 이런 전통주들이 좀 더 계발되었으면 한다. 특히나 자도주법과 같은 말도 안되는 법과 일제시대와 군사정부 시절에 사라진 지방의 많은 전통주들이 복원되어서 반주로 좀 더 육성되면 좋겠다. 폭탄주 문화가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항상 음식점을 하시는 분들은 음식을 통해서는 많이 못 벌고 술로 번다고 하시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발란스를 찾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항상 술집은 술집, 밥집은 밥집으로 이분법적으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것 같기 때문이다. 고깃집에서 술도 먹고 밥도 먹는다고 하지만, 구워진 고기가 다 떨어질 때 즈음이면 갑자기 술판으로 변해 버려서, 술과 밥을 한번에 하는 의미가 퇴색한다. 그래서 더욱 반주 문화의 부활과 술과 식사가 함께 어울어지는 발랜스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두번째는 다양한 음식문화를 육성함과 동시에 로컬 식재료를 육성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처럼 배타적인 문화도 드물지만, 이제는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중국, 심지어는 북한 등에서 이주민들이 꽤나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통해서 자신들의 음식문화를 소개하도록 하는 것도 우리의 음식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좋은 음식은 로컬음식이라는 생각을 버려서는 안된다. 즉, 우리나라는 국산 식재료가 가장 좋다는 것. 우리 정부에서 얼마나 국산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나 유통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자꾸만 local food 쪽으로 기울어져 간다면, 점점 더 공급도 늘어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음식이 맛이 간 이유로 들었던 아이들 중심의 음식문화를 우리나라에서는 잘 방어해야 하겠다. 아이들은 단 음식, 튀긴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이런 음식들을 우리의 철통같은 어머니들이 잘 지켜내고 있지만, 문제는 TV 미디어이다. 아이들에게 파고드는 미디어의 노출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TV 광고, 특히 음식광고에 대해서 너무 높은 당과 너무 높은 지방을 함유한 음식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규제가 이뤄졌으면 한다.

       

      나가며… : 나의 건강론

      나는 건강에 관심이 많다. 음식, 운동, 수면(휴식), 명상 등이 나의 주된 관심 영역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 네가지가 건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4대 기둥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 가장 기본은 수면(휴식)인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면(휴식)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로 줄어드는 느낌이다. 사람들의 수면시간도 OECD 최저이고, 야근에 술자리가 많아서 그런지 다들 늦게 잔다. 게다가 재미있는 TV 프로그램도 11시 부터 시작이니, 이건 잠을 도대체 몇시에 자라는 것인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만 들어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면과 휴식을 얼마나 홀대하는지 알 수 있다. ‘졸려’ 라고 말하면 ‘커피마셔’ 라고 한다. 졸리면 자야지!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음식인데, 음식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뢰이다.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음식인가? 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 생각은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더 확고해졌다. 중국도 미국만큼이나 땅덩이가 넓기에 음식의 유통이 쉽지 않다. 음식이 장거리를 여행하면 질이 좋지 못하다. 그것은 FACT . 따라서 되도록이면 local 을 먹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Brand 즉, 내가 알고 믿을만한 사람이 만든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회사의 브랜드일 수도 있고, 요즘 유럽에서 유행하는 Farmer’s Product 즉, 어느 농장에서 누구에게 길러진지 알고 먹는 제품일 수도 있다. 그 다음에 굳이 꼽으라면 유기농이나 무농약/ 무항생제 제품 같은 것들.

      (다음으로 운동과 명상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더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내가 이렇게 건강에 대해서 나 나름대로 이론을 만들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점은 건강에 대해서 신경쓰는 것이 굉장히 스트레스받고 귀찮은 일이 아니라, 재미와 연관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음식’ 일 것이다. 최근에는 식도락을 쫓는 모임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나고 레스토랑 별점 사이트나 미슐랭, Zagat 같은 책들이 엄청 팔린다. 모두 음식이 건강+재미라는 요소를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리라…

      미국에서 살면서 음식의 질에 대해서는 의심이 드는 순간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한가지 좋은 점은 그 다양성이다. 미국이라는 사회 내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음식의 스펙트럼. 그리고 그 음식들이 서로의 좋은 점들을 참조하기도 하고, 베끼기도 하는 점은 참 부럽다. 우리나라 음식에도 이런 다양성이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mbablogger.net/?p=4485

       

      춘천의 대표적인 음식 닭갈비

      먹을것/기사 | 2012. 10. 6. 00:29
      Posted by 그리고 가을
      노컷뉴스 | 안초롱
      입력 12.05.01 18:33
      크게
      [안초롱 기자]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 닭갈비는 강원도 춘천에서 유래한 향토음식으로 춘천 닭갈비라고도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춘천 닭갈비 말이 무색 할 정도 어느 동네를 가도 닭갈비 집이 1~2개씩은 있다.

      특히 춘천역 근처 명동에는 약 20여 개의 닭갈비 집이 모여있는 닭갈비 골목이 있다. 이 골목 근처를 지나갈 때 닭갈비의 맛있는 냄새에 홀려 자신도 모르게 발길이 닭갈비 집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만 되면 식사나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닭갈비의 인기가 높아지자 춘천시는 2005년부터 매년 가을에 춘천의 닭갈비를 홍보하는 닭갈비축제를 주최하는데 2008년부터는 막국수축제와 통합하여 동시 개최하고 있다.

      닭갈비의 가장 큰 매력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원형모양의 철판에 양념된 닭고기와 갖은 야채를 듬뿍 얹어 볶아주면 부드러운 육질과 매콤한 맛 거기에 사각사각한 야채가 감칠맛을 더해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또한 기호에 따라 라면이나 쫄면, 우동사리 외에도 떡이나 고구마 치즈 등을 곁들여 먹을 수 있어 여성이나 아이들도 좋아한다.

      여기다 닭갈비를 거의 다 먹어 갈 즈음에 철판에 양념과 같이 볶는 밥 맛을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닭갈비의 유래는 신라시대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60년대 김영석씨가 닭 불고기집을 시작했다는 설과 60년대 초 홍천에서 시작했다는 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약 1,400년 전 신라시대 때 닭갈비와 유사한 음식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아쉽게도 문헌에서는 찾아 볼 수 없어 증빙할 만한 자료가 없다.

      1960년대 말 선술집을 경영하던 김영석(金永錫)씨가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토막을 내고 양념을 닭불고기라는 이름으로 팔았다고 한다.

      이 후 1970년대에는 춘천의 명동 뒷골목을 중심으로 닭갈비집이 많이 생겼다. 그 중 4개 업소에서 본격적으로 닭갈비를 발전 시켰다고 한다. 당시 닭갈비 1대 값이 100원 정도로 저렴해 휴가 나온 군인이나 대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춘전 지역에는 양축업이 성했고 도계장이 많아 원재료가 풍부하고 유통마진이 적어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가능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닭갈비를 대학생갈비, 서민갈비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춘천 닭갈비가 진짜 닭갈비로 만든 음식은 아니지만 닭의 가슴살이나 다리살을 돼지갈비처럼 펴서 양념한 뒤 구웠기 때문에 닭갈비라고 부르게 됐다.

      닭갈비란 말은 홍천에서 먼저 사용 되었으며 홍천의 닭갈비는 냄비에 육수를 넣고 백숙과 같은 형태로 요리했으며 지금도 홍천과 태백에는 이 음식을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춘천 닭갈비는 닭다리, 머리, 내장을 제외한 닭고기를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마늘, 생강 등의 양념에 재웠다가 양배추, 고구마, 양파, 당근, 파, 떡 등과 함께 철판에 볶아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닭고기에 양념을 한 뒤에는 최소 3~4시간에서 하루 정도는 숙성 과정을 거쳐야 양념이 깊이 베이고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해 진다.
      longlong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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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편견에 가득찬 한국 식문화 이야기

      먹을것/기사 | 2012. 10. 2. 21:51
      Posted by 그리고 가을

      지극히 편견에 가득찬 한국 식문화 이야기

      우리나라의 식문화, 그 중에서도 특히 한식이 왜 정체되어있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었다. 수긍할만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보단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들이 많았는데, 특히 가관이었던 것은 그 놈의 '고급화'에 대해 말하던 높으신 분들이었다. 캐비어만 올리면 얼마든지 비싸게 받고 세계화(우리나라 안도 엉망인데 무슨 세계화를 논하나?)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한 인간도 있던 것 같은데, 어쨋건 문제는 그런 곳에 있지 않다.

      내가 생각하기론, 결국 작금의 문제는 우리나라에 미식문화가 지극히 허약하단 것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요리사가 음식을 열심히 만들면 뭐하나? 먹는 사람이 그 차이를 모른다면 무턱대고 노력해봤자 가게가 더 빨리 망하게 될 뿐이다. 그러면 미식이란게 뭐냐하면, 별거 없다. 특별히 비싼 것, 맛있는 것 찾아먹는 것도 미식이지만, 그냥 평소 먹는 음식 중 뭐가 맛있는지, 왜 맛있는질 생각하는 것도 미식이다.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미각과 후각, 촉각은 분명 굉장히 직관적인 감각이다. 하지만 이 또한 경험과 주관을 쌓을수록 나름 음식에 대해 판단할 기준을 세우고, 그 차이를 인지할 수 있게 된다. 그게 아니면 최소한 자기가 먹고 있는 음식이 어떤 부분이 맘에 안 드는지라도 생각해보면 된다.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런 정도도 생각하지 않고 먹는다면, 하루 종일 장기나 바둑으로 소일해도 실력은 제자리인 노인정 어르신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맛에 대해 굉장히 단편적인 평가 밖엔 하지 못한다(물론 나도 그런 비판을 면하긴 힘들다). 윙스푼을 보자. 절대 다수의 평가는 '맛있다', '맛없다'로 나뉜다. 조금 평이 길다 싶으면 십중팔구는 자기가 받은 푸대접에 대해 하소연하는 내용이고, 음식에 대한 자세한 평가를 내린 사람은 정말 100명 중 4~5명이 될까 말까 한 정도다. 단문 위주로 인터페이스를 짠 윙스푼의 특성 탓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블로그라고 해서 뭐가 그리 다르던가? 사진이 대량으로 첨부되기 마련이란 것을 제외하면 많은 블로그들도 그런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한다. 나름 음식에 대해 평을 했다 해도, '담백하다', '조미료 맛이 나지 않는다'와 같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의 비중이 너무 높다. 물론 '담(淡)'으로 상징되는 동양의 정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문제는 실제로 담백하지도 않은 음식을 두고 단순히 '맛있다'를 돌려말하기 위해서, 자신의 미각을 과시하기 위해 그 단어를 사용한다는데 있다. 기본적인 맛들, 그러니까 짠맛,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이나 음식의 향 등에 기초해 음식을 평가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대상으로 일본을 제시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작 파문으로 신뢰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대표적인 식당 리뷰 사이트인 타베로그에 올라온 평가들을 보면 굉장히 분석적인 리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라면에 대한 평가만 해도 면, 국물, 고명을 별개의 항목으로 나눠서 재료의 맛과 질감을, 향을 논하면서 꼬치꼬치 따지는 것은 기본이고, 같은 음식점을 몇 차례고 다시 방문하면서 요리의 상태나 서비스 수준을 점검하는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 식의 리뷰가 음식점에 따라선 수백개씩 쌓여있다. 일본 음식이 지금과 같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덴 이런 미식문화의 배경이 분명히 큰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식문화가 이렇게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감탄사를 늘어놓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첫째이자 가장 큰 요인은 우리나라에 미식이나 외식이란 개념이 생긴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단 것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유교문화가 뿌리내린 조선에선 최상층인 양반들조차도 음식을 즐기는 것은 식탐으로 여기고 배척하는 것이 보통이었다(물론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 이들도 많긴 했다). 조금 특이한 식재료를 쓴다 싶으면 어김없이 붙어있는 음식의 효능에 대한 과장된 이야기는 정작 음식의 맛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는 어두운 단면을 비추는 거울인데, 그런 전통은 하루이틀된 것이 아니다. 미식이란게 있다 해도, 허구헌날 우리나라엔 있지도 않던 황산과 태산을 글월로 읊던 양반들은 음식 역시도 그런 식으로 즐겼다. 우심적과 같은 음식은 정작 소를 잡는 것이 범죄이던 조선에선 먹기도 힘든 음식이었음에도 왕희지가 우심적을 먹었다는 일화 때문에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가끔 불고기의 원형이라 이야기되는 설야멱 역시 송나라의 태조와 연관된 음식으로서 유명세를 탔다. 여름이 제철인 농어와 순채를 두고 장한의 시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가을바람 불면 생각이 난다고 타령했던 모습은 개그 아닌 개그다.

      좀 더 가까운 시대로 눈을 돌려보면, 상업이 발전하지 못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생겨난지 오래되지 않았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얼마전 전국의 오래된 식당들을 조사해 책을 펴낸 것을 보았는데, 80년 이상 된 식당은 10개에 불과했다(그나마도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 있다). 그러면 식당은 그렇다치고 음식들은 오래 되었나? 우리가 먹는 요리도 20세기에 생겨났거나(배추김치가 그렇다), 이전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한 것들이 많다. '한국인의 밥상' 같은 다큐멘터리엔 다양한 전통 요리과 식재료들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그런 음식을 만들고 먹는 사람들은 촌에 거주하는 노인이 대부분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음식들이 20년, 30년 뒤에 얼마나 남아있을까? 프랑스의 경우 20세기 초에 지방의 향토 음식이 자동차 여행 붐 속에서 조명을 받으면서 그 나라의 식문화를 풍성하게 하는데 기여했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미슐랭 가이드가 자동차 타이어 교체시 나눠주는 무료 가이드북으로 시작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하지만 철저하게 서울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굴러가는 우리나라에선 서울 사람들의 입맛에 지방이 따라가면서 되려 다양성이 압살당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여간, 오래된 것이라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전통으로 다져진 기초가 있어야 새로운 것도 제대로 쌓일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일단 그 점에서 우리나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둘째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뒤에도 제대로 음식을 즐길만한 사회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단 점을 들고 싶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밥을 먹는다고 해보자. 식사를 즐기는 광경을 떠올릴 수 있는가? 하다못해 여럿이 중국집에 갔을 때 혼자 잡채밥을 시켜 먹으려 해도 짜장이나 짬뽕으로 메뉴를 통일시키라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런 환경에서 개인의 기호가 존중받을 공간은 없다. 아니, 중국집에 직접 갈 수 있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회사나 학교 바로 앞에도 널린게 식당임에도 그곳까지 걸어가는 시간,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쓰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해 식사 시간 15분 전에 배달 음식을 주문한다. 떡진 냉면, 식어버린 볶음밥을 탁자에 신문지 깔고 먹는 나라의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넘겼다고 하면 과연 몇 사람이나 믿겠는가? 그런 세상에서 음식을 즐긴다는 것은 사치이고, 음식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은 까탈스러운 사람, 벌받을 사람 정도로 치부된다. 우리나라에 유독 맛집 블로그들이 많고, 그 블로그들 대다수가 숟가락에 음식을 떠놓은 모습까지 일일이 보여줄 정도로 사진 위주로 구성되는 이유는 자신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을 가상으로나마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이 사람들에게 잠재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볼 정도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식당들은 요리에 힘을 쏟는 대신 획일화되거나, 의식을 수행하는 공간이 되기 마련이다. 특히 한식의 경우 흔히들 말하는 밥집을 제외하고 어떤 한식당들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한정식? 한정식집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 가는 사람을 난 거의 보지 못 했다. 상견례니 가족모임이니 해서 뭔가 격식있는 자리를 가질 때 이용할 뿐이다(전라도에 갔을 때 관광 차원에서 가는 사람들은 있겠다). 나오는 음식들은 화석화 된지 오래다. 가족들 외식이나 직장 회식 때 주로 이용하는 고깃집은 어떤가? 숯불이나 불판에 구워먹는 고기는 물론 맛있지만, 고깃집의 가장 중요한 음식인 고기는 정작 조리란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비싼 고깃집은 그저 고기가 비싼 곳일 뿐, 그 가격에 걸맞는 다른 음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되기 어렵다. 고깃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은 찌개와 냉면이지만, '고깃집 냉면'이란 말은 엉터리 냉면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될 정도인 것을 생각해보자. 다른 외국 음식도 많은 경우엔 조금 돈이 더 들어가는 데이트 코스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 한다. 많은 외국 음식점들이 처음엔 반짝 인기를 누리다가 금방 파리 날리는 이유, 음식보단 인테리어에 더 신경을 쓰는 이유가 거기 있다. 같은 식당에 두번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 '맛집'은 1회용 신세를 면치 못한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결국 별다른 탈출구 같은 것은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세월이 지나면 문화가 축적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하긴 하고 실제로 지난 10년 사이 많은 부분이 나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부분, 특히 일상적으로 먹는 식사의 질과 다양성이나 한국식 중국 요리 등은 되려 퇴보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점들을 제하고도, 집단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나 노동 착취와 무한 경쟁에서 기인하는 개개인의 빡빡한 삶은 바꾸려 한다 해도 쉽게 바뀌지 않을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삶 속에서라도 조금이나마 더 식사를 즐기기 위해 신경쓰는 것 정도 밖엔 없다. '한끼 때운다'는 표현이 당연한 듯 사용되는 현실에선 그것조차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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